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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 자리 앞엔 서지마” 한국 노인들 무료 ‘열차 나들이’ 즐기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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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순진1 작성일 24-03-01 22:59 조회 2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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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는 23일(현지시간) ‘나이 든 지하철 탑승자들이 여행에서 기쁨을 찾는다’는 제목의 지면 기사를 통해 열차 나들이를 즐기는 노인들의 다양한 일과와 목소리를 전했다.

매체는 많은 노인이 지하철을 타고 종착역까지 가거나 특별한 목적지 없이 다니다 돌아오는 데에 하루를 보낸다고 전했다.

특히 노선이 많고 긴 수도권 지하철은 인기가 좋다. 평균 기온 섭씨 30도를 웃도는 무더운 여름에도 지하철은 에어컨이 빵빵하게 나오는 데다 오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기에 더할 나위가 없기 때문이다.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일하다 은퇴한 이진호(85)씨도 ‘지하철 여행객’ 중 한 명이다. 무더운 8월의 어느날, 한복에 운동화를 곱게 차려입고 집을 나선 이씨는 집 근처의 4호선 수유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1차례 환승해 1시간여 만에 1호선 종점인 소요산역에 도착했다. 역 근처를 느릿느릿 거닐다 그늘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이씨는 다시 남쪽으로 향하는 열차에 올라탔다.

이 전날엔 지하철에서 내리지 않고 4시간을 보냈다. 4호선과 수인분당선, 1호선을 갈아탔다는 그는 시간을 보내는 데에 공짜로 지하철을 타는 것만큼 좋은 것이 없다며 “집에 있으면 지루하고 누워만 있게 된다”고 했다.

매체는 서울의 지하철 무료승차 대상이 연간 승차인원의 15%를 차지하게 되면서 이들에게 ‘지공거사’라는 별명도 있다고 소개했다. ‘지하철 공짜’를 줄인 말에 놀고먹는 사람을 뜻하는 ‘거사’(居士)를 붙인 말이다.

이들에게는 열차를 이용하는 암묵적인 규칙도 있다고 한다. 지하철이 꽉차는 출퇴근 시간대는 피하기, 젊은이들이 자리를 양보해야 한다는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청년들 자리 앞에 서 있지 않기 등이다.

김호일 대한노인회장은 지난 2월 서울시 관련 토론회에서 “왜 이 행복을 빼앗으려 하는가”라며 노인들이 지하철 무료 승차를 이용해 활동을 계속하게 되면 국가적으로 의료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난해 70년을 해로한 아내를 먼저 떠나보낸 배기만(91)씨가 그런 경우다. 아내를 떠나 보내고 깊은 우울감에 빠진 배씨는 며칠 동안 집에서 씻지도 않고 밥도 거의 먹지 못했다. 그러던 그가 지하철 나들이를 다니면서 옷을 찾아 입고, 밥을 챙겨 먹게 됐다고 한다. 지하철 나들이를 다녀온 뒤에는 잠도 더 잘 자게 됐다고 배씨는 말한다.

배씨는 날마다 어디로 지하철을 타고 갈까 찾아보려 수도권 지하철 노선도를 5부나 챙겨뒀다. 그는 “만약 요금을 내야 한다면 이렇게 다니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자아 기자 kimself@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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